귀촌 13년.
귀촌이라는 아름아래 흥에 겨워 귀촌 초장에는
봄철에 송순을 따다 송순주를 담그고
진달래 필 때면 진달래주를,
개복숭아 철이면 개복숭아 효소를,
오디 철에는 오디주를 담갔다.
이젠 옛 이야기.
그러나 귀촌의 대업인양 손을 놓지 못하는 건
미꾸라지 잡는 일.
들쭉날쭉 어획이 마음 같지 않아도
열심히 논두렁 발품을 팔다보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글귀가 여기에 합당하다.
아침마다 지극정성으로 깻묵을 챙겨들고
풀잎이슬에 바지가랑이 적셔가며 맨 먼저
달려가는 곳.
앞뜰 논에 미꾸라지는 모두
내 것으로 보인다.
우리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 시눗대숲 사이에 놓아둔
'수족관'에 그동안 모아둔 미꾸라지가 올해
첫 추어탕이 되었다.
이른바
오솔표 추어탕.
맑은 물에 해감 시키고 소금 뿌린 다음
호박잎으로 씻어내는 절차는
번거로우나 손에 익었다.
여기까지가 내 소관.
내 손을 떠나면
배추와 토란대는 추어탕에 기본이라는 말과 함께
주방에서 손길이 바빠진다.
한해 두해 안해본 연례행사이기에
그 솜씨 또한 일사천리다.
벌긋벌긋 익어가는 풋고추 따다 숭숭 다져 썰고,
제피가루 덤뿍 뿌려 얹으면
식탁에서 추어탕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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