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통발을 놓고 비가 흠뻑 내리면
그것 만큼 좋은 날이 없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비가 온다고 했다.
검은 구름이 몰려온다.
미꾸라지 출조 채비를 서둘렀다.
어제 읍내 방앗간에서 깻묵 덩어리를 얻어왔다.
어구 가게를 들러 미꾸라지 통발 일곱 개를
개당 2천 원에 사두었다.
깻묵을 넣을 주머니는 여자 헌 스타킹이 최고다.
두어 뼘 크기로 잘라
한쪽 아구리를 묶어 봉다리처럼 만드는 걸로
준비 완료다.
통발의 지퍼를 풀어 입구를 열고
스타킹 주머니에 깻묵을 두어 덩어리 씩 넣어 묶어
통발에 넣고서 지퍼를 닫는다.
깻묵의 고소한 냄새가 미꾸라지를 유인하는
미끼인 것이다.
빨간 단끈을 길게 다는 이유는,
멀리서도 통발 놓은 위치를 식별하여
금방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앞뜰의 논과 수로가 온통
나의 미꾸라지 밭이자 어장.
굵은 빗방울이 몇 개 떨어지다 말다 하는 가운데
미꾸라지 통발 다섯 개를 놓았다.
의욕이 넘쳐 갯수가 너무 많으면
잃어버리기 일쑤.
통발은 대 중 소가 있는데 큰 걸 고르면
다루기가 거추장스러워
애물단지가 되기 일쑤.
올해 들어 첫 출조다.
어언 7,8년 미꾸라지 어획 경력은 둘째
도내리오솔길을 따라 돌아오는 첫날 발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출조 결과는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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