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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올해 고구마 농사





"감자 캔 자리에 갖다 심어슈."


고구마 순이 남았기에 가져다가 감자 캐낸 곳에 심어라는

옆집 아주머니의 호의를 내칠 수가 없었다.





고구마는 전혀 심을 생각이 없었다.


온갖 만물상 농사임에도

그동안 내가 유독 고구마를 심지 않았던 이유는,

심어봤자 잡초에 엉키고, 황토땅이라 캘 때 진탕으로 고생하고,

내 실력으로 알 진 고구마가 나오지도 않았기에

수 삼년 전에 내린 결론이었다.


어제 초하열무 씨를 차라리 뿌린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고구마 순을 가져와서 갑자기 심게 되니

일정상 절차가 복잡해 졌다.


고구마 순을 따 와서 튼실한 줄기 만 가려서

가위로 적당한 길이로  잘라야 하고,

감자 캔 자리의 밭을 정돈하여

일구어야 했다.


고랑에 무성한 잡초를 먼저 뽑아냈다.





마침 비가 내린 뒤라 흙이 포슬포슬 해져 그나마

힘이 덜 들었다.

두둑을 세워 고구마 이랑 만들기도 한결 쉬웠다.


흙이 적당히 물기를 머금어

고구마 순이 활착하기에도 아주 좋았다.


부지런 떨어 서둘러 고구마 순을 냈던 사람들은

계속되는 뙤약볕에 모조리 타 죽었다고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던 터다. 





내친 걸음에 일사천리.


후텁지근한 지열에 비지땀 깨나 흘려가며

바쁜 걸음을 쳤으나 타이밍은 절묘했다.


아주머니의 지나가는 말씀 한마디에

뜻밖의 고구마 농사다.






베푸는 호의는 선뜻 받아드려

뒤가 개운한 법.


이건 농촌에서 이웃 간의

정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