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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를 쓴다는 것에 대하여

 

 

 

 

 

 

11월의 마지막 날.

월요일이다.

 

최근 며칠 갑자기 오른쪽 팔꿈치가 시어 '사론파스'를 붙였다 땠다 하다가

더 오래두면 안될 것 같아 가기 싫은 병원을 읍내 나간 김에

또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실은 일기랍시고 쓰는 <귀촌일기> 자판 두드리는 일도

손목에 무리가 간다.

 

일기는 쓴다.

 

 

 

 

 

 

오늘 수묵화 교실이 새삼 한가로운 건, 12월 3일 전시회 출품작 만드느라

한동안 바쁜 걸음을 쳤기 때문이다. 

 

 

 

 

 

시골살이에 무슨 이야기거리가 많겠냐마는 하찮은 반복도 때론

글이 된다.

 

일기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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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면 겨우 어둠이 걷히는 시간이다.

무를 씻었다.

 

 

 

 

 

 

전날 늦은 저녁 무렵에 수도 계량기를 측정하러 왔던 반장이

'이 달에 웬 수도료가 많이 나왔슈?'는 질문 뒤끝에

'무를 물에 담가두면 단맛이 빠져유.'며

고견을 남겨주고 가시는데,

말인 즉슨 옳은 말씀이라도 밭에서 걷어와

고무 다라이에 물을 담아 무에 붙은 황토흙을 불여 두는 것 만으로 들숨날숨인데다 

날은 저물어 눈에 불을 켜고서까지야 더이상 할 수 없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식전에 달겨들어 무를 닦았던 것이다.

 

새벽에 절반,읍내 갔다와서 절반, 어제 거와 합해

150통 남짓된다.

 

썰어서 말리면

무 말랭이가 될 터이다.

 

 

 

 

 

 

어제 두번 째 갓김치를 담고 남은 양념으로 알타리무 김치를 담그겠다는

집사람 말 한마디에 

알타리무 건사하는 일도 내몫이다. 

 

 

 

 

 

 

 

11월의 마지막 날.

 

참으로 오랜 만에 재대로 된 햇살을 보았다.

 

입동에 소설까지 지난 이 계절에

가을비가 이다지도 지겹게 내린 적이

내 기억으론 처음이다.

 

 

 

 

 

저녁상엔 맛이나 보자며

내온 갓김치.

 

아렇게

12월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