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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전라도 '거시기'와 충청도 '그려'

 

 

 

 

 

충청도 말이 느리다고? 충청도 말씨가 조용하다고? 

내 대답은 '아니오.' 이다.

 

귀촌 10년에 내린 결론이다.

 

 

 

 

 

 

가장 대중적인 충청도 말 중에 '그려.'의 의미는

하늘의 별 숫자만큼이나 다채로와서

그 뜻을 헤아리기가

전라도 '거시기'에 견줄 만 하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예의상 일견, 되는 것처럼 보이는

말투가 '그려'다.

 

'그려.'가 긍정보다 부정에 가깝다는 걸 터득했다면 

충청도에 발 붙이고서 살 자격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귀촌 초반에

'그려.'를 '예스'로 알아들었다가 코 다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사람을 불러 공삿일을 시킬 때도,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그랬다.

 

'그려'의 어감을 예의주시 귀담아 잘 살피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

피차 얼굴 붉히기 십상이다.

 

 

 

 

 

 

설문 조사기관에서 만족도 조사하기가 가장 어려운 곳이

충청도란 말이 실감난다.

 

- 어떠세요?

 

'그려...'

 

- 확실하게 대답해 주세요.

 

'그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