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는 재미도 있지마는 때로는 제난양대로
그대로 두고 보는 즐거움도 있다.
올해 우리집 박덩쿨이
그렇다.
지난 봄날 심은 박 모종이 어느날 드디어 땅힘을 받더니
박덩쿨의 머리가 처마 밑으로 올라가 현관 앞쪽으로 추녀를 따라 기다가
모과나무를 만나 아래로 타고 내려와서는 마당을 거쳐, 기어가다가
본래의 줄기를 만나 다시 기어오른다.
15 미터는 됨직한 길이를 둥그렇게 한바퀴 돌았다.
절로 그렇게 돈 것이다.
자연이란 이런 것.
올핸 마당 가운데서 열린
박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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