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허여므레 안개가 낀 듯 하면서 출발하는 날은 어김없이
푹푹 찌는 날이다.
물론 바람 한 점 없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야콘밭이다.
농부의 일상이란 늘 그게 그거다.
그렇다고 귀촌일기를 '전일과 동(同)' 하며 안쓸 수는 없다.
야콘 밭 옆 저쪽 가생이에 어젠 대파밭이었다면 오늘은
이쪽으로 길게 도라지밭이다.
잡초와 엉켜 도라지 꽃이 피는지 지는지
분별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풀약, 제초제 없는 농사가 이래서 힘들다.
오늘은 잡초에서 도라지 구하기다.
이 잡듯이 조심조심 잡초 뿌리를 찾아 당긴다는 게 도라지 줄기를 당겨서
도라지가 뽑혀버렸다.
일 하다 보면 희생되는 놈들이 있다.
"덥긴 더운가 보다."
남의 이야기 하듯 나도 모르게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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