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맨먼저 한 일은
마당에서 밭을 내려다보며 확인하는 일이었다.
밤새 아무일도 일어나지않았다.
감자밭은 온전했다.
따뜻하게 물기를 머금은 비닐멀칭 안에서
감자 싹이 돋아날 날만 남았다.
우수, 경칩도 지나고 이미 다 된 봄인데 그 무슨 심통인지
갑자기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을 하고 바람까지 분다.
바닷가에 바람 부는 게 무슨 대수로운 일 일 가 마는
봄바람 치고 이렇게 사흘 연짝으로 불어제끼는 경우는
흔치않다.
이리 바람을 등지고 저리 맞바람을 받으며 어제
감자를 심고 비닐 멀칭까지 강행했다.
멀칭을 한 감자 이랑의 가장자리를
일일이 삽으로 뜬 흙으로 잘 눌러주었다.
바람 부는 날은 감자심기를 피한다.
비닐 멀칭이 바람과 상극이기 때문이다.
정성드레 꼼꼼하게 차근차근
바람이 들어갈 구멍을 요모조모 철저히 차단하지 않으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비닐은 펄럭거리며 날아가버린다.
귀촌 첫 두어 해는 애를 먹었다.
자고나면 비닐 멀칭이 바람에 벗겨져 어디론가 달아나 다시 작업을 해야했다.
재재 작업을 하기도 했다.
구겨진 비닐을 감아들이며 하는 재작업은 성가시고 귀찮다.
처음 할 때 제대로 할 걸 하고 후회한들 소용없었다.
바람아 불어라.
감자 농사 10년의 노하우가
어느날
그저 생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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