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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귀촌일기-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 의사도 아프다

 

 

 

1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

 

아니다. 깎는다.

 

나는 보았다.

 

2십여 년 전이다.

사내 교육이 그 곳에 있어 수안보 온천에 갔는데 어느날 아침,

공중 목욕탕에서 스님 한분이 돌아앉아 거울을 비춰가며

조용히 아주 능숙한 솜씨로 자기 머리를 스스로 깎고 계시기에 너무나 신기해서 멀리 앉아서

슬금슬금 훔쳐보며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동안 젖어온 나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그 순간, 

고정관념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알았다.

 

중이 제머리 깎는다는 사실.

 

 

 

 

2

 

며칠 전, 읍내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으며 평소 갖고 있던

의문 하나를 간단히 해결했다.

 

"이발사는 머리를 워찌 깎어유?"

 

"친구가 깎쥬."

 

이발도 품앗이 한다는 사실.

 

 

 

 

3

 

아침나절에 의사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는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권위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쌩쌩 했는데 뜻밖에 오늘 병상에 있었다.

갑자기 담낭에 탈이 나서 수술 대기중이었다.

 

의사도 아픈가? 농담을 던졌더니 들려오는 말. 

 

"배가 아파죽겠네그려.

환자들이 아프다는 거 이제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