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러 서울에서 먼길을 오신 분들께
미안할 따름이었다.
애당초 약속했던 월요일의 날짜를 변경하자니
일요일밖에 시간이 안났다.
S 잡지에서
'할머니의 부엌수업'이라는 기획 연재 공간이 있는데,
'할머니 자격'으로 집사람의 취재를 온 것이었다.
당연히 나도 '할아버지 자격'으로
덩달아 바빴다.
원래 허드렛일 보조가 더 바쁜 법.
11월호가 기다려진다.
잡지사의 두 분이 떠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전화가 걸려왔다.
한 집 건너 박 회장이다.
느지막한 시간에 출항이면 밤낚시이고
밤낚시는 장어 낚시다.
이깝은 나더러 준비하라는 통에 급히 읍내로 달려나가
냉동 물오징어 두 마리를 사와야 했다.
어둡기 전에
서둘러 먹어두어야 한다.
나는 라면 담당,
박 회장은 오징어 이깝 채비를 한다.
밤바다는 오로지
어둠이다.
정박중인 모랫배의 불빛이 오늘따라
쎄다.
돌아온 시간은
새벽 두 시.
오랜 만의 대물 장어 한 마리에
다듬는 손길이 절로 가볍다.
장어 갈무리 때문에 일과의 순서가 바뀌었다.
논으로 달려갔다.
오늘 미꾸라지 조황은 올해 들어
최대다.
외나무 다리 밑 후미진 수로가
황금 포인트였다.
수로에서 만난 수생화.
꽃 이름은 모른다.
오후에는 바다,
오전엔 논.
밤엔 장어.
낮에는 미꾸라지.
귀촌 24시.
세상에 한가한 놈은
너 뿐인가 하노라.
<귀촌일기> 연재를 며칠동안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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