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매실주를 담근다.
귀촌의 즐거움이 어디 따로 있지않다.
바로 오늘이다.
내가 심고
내가 키운 매실나무가
마치 보답이라도 하듯 열매 맺어준 매실로
담그는 매실주이기 때문이다.
살구꽃 피면 한 잔 하고
복숭아꽃 피면 한 잔 하고
애잔하기가 첫사랑 옷자락 같은 진달래가 피면 한 잔하고
명자꽃 피면 이사 간 앞집 명자 생각난다고 한 잔 하고...
어느 시인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매실주를 음미하며
장진주사를 나누는 즐거움은
비할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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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앞 감나무 아래
독이 몇 개 있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햇살이 들었다가 그늘이 졌다를
되풀이 하는 곳.
앞뜰 마파람에 북으로 가로림 갯바람이
사시장철 교차하는 곳.
장소로서는 안성마춤이다.
지난해 매실주를 완전히 떠내고
독을 비운다.
오늘이 신구 매실주 교대하는 날이나
다름이 없다.
해마다 이맘때 담그는 매실주는
100일이 되었다고 꺼내지 않고
1년을 묵힌다.
매실 씨도 오래두면
약이 된다.
설탕을 풀어넣어 매실주 당도를 조절하는데,
매실주 독이 두 개인 것은,
조금 더 달고 덜 달고
차이를 주기 위함이다.
두꺼운 비닐로 덮어
고무줄을 둘러 묶는다.
재래시장 잡화상에서 사온 천원짜리 망사 모자를 굳이 씌우는 건
내 마음이다.
마무리는 오로지 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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