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아래 바로 코앞에
우물 하나가 있다.
포강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언덕배기다.
일년 가야 누구 한사람 찾는이 없고
여름이면 온갖 잡초가 덮쳐 흔적조차 없다가
겨울 봄에야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내려가 보니
숫제 머위밭이다.
이 우물도 한 때
동네처녀 바람나게 만들었던 추억의 명소였다.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안도내 2십여 가구의 식수를 책임졌던
우물이다.
2002년
간이 상수도가 생기기 전까지
그랬다.
집집마다 이젠 틀면
수돗물이 콸콸 쏟아진다.
먼 거리를 새벽같이 일어나 물동이를 여다날랐던
숙원사업은 그렇게 해결되었다.
이 우물을 찾는 발길은
하루아침에 끊어졌다.
2004년
터를 잡아 집을 지을 때 이 우물을 썼다.
전기 모터를 돌려 기다란 호스로 가져다 공사판에 사용했을 뿐 아니라
입주를 한 다음 잔디나 나무에 물을 줄 때도
이 우물 물을 썼다.
틀면 나오는 수돗물을 놔두고 이 우물을 애써 끌어다 쓴 이유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조상대대의 애환과 고난을 일거에 해결해준
수돗물 사랑은 각별했기에
바로 직전에 개통된 상수도를
식수 외에 함부로 틀어대는 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어느 여름날 아침
마당의 잔디에 스프링쿨러로 잠시 수돗물을 주다가
'사람도 못먹는 물, 그러지 말유.'
하며
곧바로 날아온 이웃의 지청구를 생각하면
지금도 내 낮이 벌개진다.
이 우물은
내가 마지막 증인이다.
봄 가뭄이 심하다.
수돗물을 틀어 나무에 물을 준다.
며칠 전에 반장이 수금해 간
우리집 수도요금은 5.800원.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물 배달도 택배시대.
호스가 쬐끔 짧아
저 끄트머리 매실나무 하나는
직접 배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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