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마을 들머리 병찬할매집에 들렀을 때다.
한창 메주콩을 열심히 가리고 있었다.
저쪽에서 메주콩 삶는 냄새가 온 집안에 풀풀 넘쳐났다.
'메주 늦지않았시유?'
'지금 혀두 상관없슈.'
앞 창틀에 그동안 안보이던 뭣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뭐유?'
'한번 해봐유.좋아유. 뽁뽁이라나 뭐라나...아들이 해주고 가대유. 물 뿌리는 걸루 뿌리구 히야 허는디...'
반투명 단열비닐로 상품을 포장할 때 흔히 보아온 충격방지용
포장재 비슷했다.
'아, 저거다.'
우리집 거실의 넓은 유리창이 생각났다.
창이 커서 한겨울이면 스며드는 찬 기운에 유유한 겨울의 정취는
갈수록 멀어져갔다.
보조난방으로 벽난로가 있어도 어쩌다 한 두번이지 겨우내 나무를 거실로 옮겨다
불 지피는 일이 보통일은 아니다.
그 '뽁뽁이'를 제깍 사다가 오늘 붙였다.
실내가 어두워진 건 조금 못마땅하나 외풍 방지에 난방비 절약까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기분이다.
내일 시작하는 태양광 발전 설비 공사와 함께 뽁뽁이 덕분에 월동의
시름을 덜었다.
다녀 보아야 보이는 생활의 기쁨.
'어른 말 들으면 자다 떡이 나온다'는 속담이 있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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