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감태철이다.
올핸 풍년이라고 벌써 예감했다.
개펄에 새파랗게 자라는 감태를 보고 여름부터 기대에 부풀었다.
예상이 적중했다.
작년은 지독한 흉년이었다.
시도없이 내린 비로 바닷물이 싱거워진 탓이었다.
쏠쏠했던 주머니 사정의 아쉬움보다
겨우내 일거리를 앗아가버린 무료함이 더 컸다.
집집마다 감태 일이다.
남정네들은 배 타고 나가 감태를 걷어온다.
삼삼오오 아낙네들이 갯골을 옮겨다니며 걷는 양이야
여기에 비할 바 아니다.
마늘밭만 밭이냐,조개밭,감태밭이 있는 바다도 밭이다.
짭짤한 틈새소득에 얼굴이 활짝 펴이고
마음마저 넉넉해진다.
트랙터나 경운기도 이제부터 쉰다.
메주는 처마 밑에서 마르고 김장김치 맛들기를 기다린다.
장작 연기가 바람결따라
피어오른다.
겨울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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