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갯속영감님 댁 대문에 올해도 내가 쓴 입춘방이 붙어있었다.
2년 전 내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었다.
오늘(3월31일) 오후 네시 버갯속영감님이 운명하셨다.
2008년 9월 추석 이후 뇌졸중으로 와병 중이었다.
어제 아침나절에 가서 뵈온 게 마지막이었다.
무언가 손짓을 하는데 옆에 있던 할머니가 통역을 했다.
마실 것 좀 내게 주라고...
내가 갈 때마다 할멈을 불러 대접할 것 부터 먼저 챙겼고 돌아갈 때면 더 놀다가라고 붙잡았다.
귀가 어두워 오래 전부터 듣지 못하셨고 최근에는 말조차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버갯속 영감님은 도내리에 귀촌한 나에게 가이드이자 멘토였다.
그러나 영감님은 나를 친구로 받아들였다.
내가 쓴 <버갯속영감>은 버갯속영감과 나의 우정을 다루었다.
향년 82세. 金鍾萬. 호는 石浦.
28년간 도내리 이장 재임. 도내리 경로당 회장 역임.
화랑무공훈장 수훈. 한학 수학. 태안향교 장의 역임.
2006년 여름 어느날 버갯속영감님과...
버갯속영감님은 돌아가셨지만
경로당이나 이런저런 일로 오가는 길에 자주 들리는 버갯속 할머니는
으레 해마다 입춘방을 내가 써줄 걸로 생각하고 있다.
'버갯속영감'이라 별칭을 붙인 사연은 이 책 속에 그려져있다.
2011년 입춘방
입춘방을 써서 드리면 버갯속영감님은 여분으로 미리 준비해두었던
책력 한 권을 나에게 선물하였다.
작년에는 버갯속영감님이 돌아가신 다음이라 책력 구경을 못했다.
며칠 전 마침 서산에 나갔다가 서점에 들렀다.
'계사년대한민력'
빨간 색깔의 그 표지 또한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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