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집 아래 간사지가 평소 들어보지 못한 기계음으로 요란하다.
벼가 한창 익어가는 논에 비행기가 농약을 뿌리고 있다.
초여름엔 대형 헬기가 날아와 오르락내리락 온통 하늘을 휘저으며 약을 치더니,
오늘은 소형 무인 비행기가 나타났다.
논두렁에 서있는 조종사의 원격조종으로 야트막한 높이에서 왔다갔다 몇번으로
며칠 걸리던 일이 반의 반나절도 안돼 시원스레 끝난다.
울툴불퉁 논두렁 따라
털털거리는 경운기에 대형 농약통을 비틀비틀 싣고와서,
논을 가로질러 늘어진 길고도 긴 호스를 감았다 풀었다 이마의 땀을 훔치며 때론 잔소리도 들으며 잡아주는 아내의 보조로
주인장인들 구슬땀 흘리며 힘들게 농약을 살포했던 그 작업이다.
신기술 과학영농에 농사는 진화하는가.
어제부터 나는 김장배추 심을 곳을 정리하고 있다.
가지, 토마토, 고추가 자라던 곳이다.
아직 가지가 달려있으나 지지대와 함께 뽑아내야 한다.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걷어낸다.
비 온 다음이라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래도 땀이 난다.
땅에 달라붙은 멀칭 비닐을 찢어지거나 끊어지지않도록 조심스럽게 당겨서 걷는다.
발을 힘차게 눌러 삽으로 땅을 파고 흙을 일군다.
온몸엔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퇴비장을 오가며 바께쓰로 퇴비를 날라다 붓는다.
때맞춰 불어오는 한줄기 마파람이 그렇게도 시원하다.
나에겐 농사는 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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