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 길.
태풍 뒤끝에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멀리 서쪽 하늘에 살포시 노을이 비치는 걸로 보아
바람도 자고 비는 이내 그칠 것이다.
마을 들머리에 동네사람들이 말하는 꽁바위(꿩바위) 고갯 마루가 있다.
그 바로 아래로 바다인데 우리집 뒤 갯벌과 꼬불꼬불 맞닿아 있다.
가까이 있어도 자주 가지는 않는 곳이다.
잔뜩 내려앉은 안개비 속으로 팔봉산이 저기에,
발 앞에는 배가 떠있어 파도가 출렁댄다.
잠결에 보니 달이 떴다.
추녀 끝의 그림자가 창가에 드리운다.
바깥이 훤하다.
소나무 사이로 들어온 아침 햇살이 마당 건너편 느티나무를 감싼다.
여러날 만에 만나는 햇살이라 눈이 부신다.
당섬 사이에 또 작은 섬에서 갈매기들이 저들 만의 조회를 한다.
오늘은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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