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용하다.
집 뒤로 오가던 경운기 소리는 해거름때 일찌감치 끊어졌다.
말 그대로 태풍전야다.
어머니는 열 손가락으로 머리밑을 단단히 누르며 머리가 싸지른다고 하셨다.
구름이 내려앉아 비가 올듯말듯 물컹한 날엔 꼭 그러셨다.
지금 이 시간이 그렇다.
태안읍내 불빛에 반사되어 백화산 너머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게 보인다.
어제 이 시간엔 맑은 하늘에 반달이 떴었다.
두어시간 전에 쿵쿵거리는 뇌성이 남쪽에서 간간이 울렸다.
이슥한 밤, 길가 가로등에 비치는 감나무 잎새가 건들바람에 파르르 떤다.
태풍 특보에 서둘러서 옮길 건 옮기고 누를 건 누르고 닫을 건 닫았다.
잡초가 제멋대로 들어찬 아랫밭 도랑을 아침나절에 정리헸다.
익어가는 대추, 늘어진 배나무, 모과.
이번 비바람에 얼마나 떨어질런지.
그리고 방아깨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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