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을 담을 항아리는 봄햇살 아래 내가 미리 잘 가셔두었다.
물엿을 넣어 끓인 물에 고춧가루는 물론 옆에 대기하고 있던 메주가루, 청국장 가루가 차례로 들어간다.
마지막엔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춘다.
툭툭 털어넣는데 남자들은 모르는 잣대와 황금비율이 있는 것 같다. 남는 것도 없고 모자라는 것도 없다.
뜨거운 엿물을 간간이 부어가며 묽지도 안고 빡빡하지도 않게 휠휙, 슥슥 젓는다.
우리 토속음식은 경험상 오묘한 느낌에서 창조되는 예술이다. 적당히, 시원시원, 대충대충의 여유로움 사이에 맛의 어우러짐이 있고 감칠 맛, '개미'가 우러나오니 볼 때마다 신비롭다.
"맛 한번 봐요."
새끼손가락을 찍어 슬쩍 맛을 본다.
"맛있네."
매콤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척 감긴다.
오늘은 엿고추장, 내일은 좀 덜 단 막고추장을 담글거라네.
"일년내 고추장만 먹나, 이렇게 많이."
남자들은 모르는 여자들만의 셈법이 있으렸다.
며칠 숙성시킨 다음 항아리에 옮겨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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