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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秋)

비가 내리는 새벽-조선시금치

 

후두둑 빗소리가 들렸다. 잠결에 빗물 홈통에서 떨어지는 소리로 보아 굵은

비다. 어제 비 설거지는 해두었지만 혹시나 해서 바깥에 나가본다.

 

 

집 옆 가로등 불빛을 빌어 둘러보니 말리던 무말랭이, 고추, 고구마 빼때기 모두 잘 갈무리 해두었다. 비가 온다기에 단감도 여나무 개 미리 따둔 것도 다행이다. 집사람은 채마밭에서 배추를 뽑아 소금물에 절인다. 짬짬이 담그는 김치라도 서두는 걸 보니 비 소식에 대한 대비였다.

 

 

 

 

무엇보다 시금치 파종을 한 것은 잘 했다. 버갯속 영감님 댁에서 준 재래종 씨앗으로 흔히 말하는 조선 시금치다. 노지에서 혹한을 견디며 겨울을 날 것이다. 이른 봄, 땅에 딱 붙어 다부지게 납작하게 자태를 보이는 게 조선 시금치다. 하우스에서 기른 개량종과는 고소하고 단맛이 비교가 안된다. 수더분하나 빨간 뿌리가 탐스러운 게 다르다. 혹시나 해서 물까지 줬는데 마침 비가 내려 금상첨화다.

 

어제 오후 남녘에서 몰려오는 구름이 수상하더니 끝내 비가 내린다. 그동안 가물었다. 반가운 비다. 이 비가 끝나면 수은주가 떨어질 것이다. 늦가을에 내리는 겨울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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