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동이 튼다. 도톰한 하현달이 중천에 떠 있다. 바다에는 오리 떼가 분주하다. 팔봉산 8봉 등성이서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북쪽 1봉에서 솟던 해가 맨 남쪽 끝봉으로 어느새 한껏 밀려내려왔다.
간밤에 뭇서리가 내렸다. 보름 전에 첫서리가 살짝 지나가긴 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농심은 절로 바빠진다. 갈무리를 해야 할 게 한 둘이 아니다.
캐다 만 생강을 마저 캐야 하는 버갯속 영감 댁 내외도 여명에 몸은 이미 밭에 와 있다. 알곡을 거두고 내버려두었던 볏단을 땅거미가 들 때까지 치우고 치우는 이웃 박 사장의 트랙터 기계소리가 계곡 능성이를 타고 들려온다.
해는 짧고 그림자는 길다. 시금치 파종할 땅을 일구던 삽도 날이 저무니 쉬고 싶다. 나는 마당에서 말리던 고추와 무말랭이를 집 안으로 거둬들인다. 건조한 날씨 덕분에 어느 날보다 오늘 하루는 잘 말랐다.
이화산 너머로 해가 진다. 노을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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