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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나들이(2)-진국집 게꾹지

 

 

 

이완규 화백의 초대 개인전은 서산시 동문동에 있는 빈폴빌딩의 서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점심 때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이 화백과 같이 찾아간 곳은 바로 지척에 있는 진국집. 오래 눌러앉은 세월의 흔적이 집 안팎에 뚜렷하다.

메뉴는 단 하나 게꾹지 백반.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 숫자만 보고 주문은 자동이다. 태안에 온 8년 전부터 서산 나오는 길이면 간혹 들르던 곳. 이런 집이 서산시내 중심가의 높은 빌딩 사이에서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 즐겁다. 아름다운 골목이다.

 

 

태안의 토속 음식을 들라면 나는 단연 게꾹지와 우럭젓국이다.

 

까만 갯벌을 더 새카맣게 덮고있는 능쟁이는 가관이다. 이곳 태안에서는 칠게를 능쟁이라 한다. 4월 5월은 게들에게 짝짓기 철이다. 깜깜한 밤중에 불을 켜 짝짓기에 몰두하는 이 녀석들을 다람치에 쓸어담듯 잡는다. 소금을 다린 물에 여름내내 담가두면 감칠 맛 나는 게국 액젓이 된다.

가을에 김장을 한 다음 무우,배추,고추 등 무녀리 허드레 채소를 거두어 게국 액젓으로 버무려 익힌 김치가 게꾹지(게국지)이다. 키토산,미네랄,아미노산 등 영양가는 물론 게꾹지로 만든 술국은 담백하고 시원해 술꾼들은 숙취 해소에 최고로 친다.

 

게꾹지에는 태안의 과거사 한자락이 배여있다. 국제 교역의 관문이었던 태안반도는 려말에서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왜구와 해적들의 출몰에 시달렸다. 조정에서는 양민들을 바닷가를 피해 해미,홍성 등 내포에 살도록 했다.

따라서 군인들이 주둔했던 태안은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 바다가 가까이 있지만 어업에 종사할 여유가 없어 해산물도 부족했다.

그나마 봄 철 한 때 많이 잡아둔 능쟁이가 여름을 지나며 맛있는 젓갈이 되면서 가을에 쓸모를 찿았다. 이런 환경에서 게꾹지가 탄생했다. 배고픈 시절 먹었던 게꾹지에 태안 사람들의 향수가 곰삭아있다.

 

게꾹지도 진화하는가.  세월이 흘러 요즘은 제대로 된 채소와 액젓으로 담근 게꾹지가  태안의 식관(식당) 메뉴에 당당히 들어있다. 몇년 전 이웃에서 먹은 게꾹지는 언뜻 보기에 우중충하더니 갈수록 덜 짜지고 보기에 부드럽다.

게꾹지를 제대로 알고 먹으면 먹을수록 게꾹지의 진맛을 알게된다. 시원,담백,감칠 맛이 한꺼번에 입안에 살아난다. 소주 한잔에 뚝닥 밥 한그릇을 비운 이 화백의 느긋한 표정이 바로 이 맛이다. 이번 김장에 게꾹지를 한번 담가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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