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동안 쉬엄쉬엄 캐던 고구마는 오늘로 다 캤다. 모과나무에 거름을 날라다 부었다.
김장배추 무 쪽파 갓 상치에 물을 주었다. 추어탕 만든다길래 미꾸라지를 다듬었다.
삽도 나도 잠시 쉰다.
처마 아래엔 울타리 강낭콩이 빨갛게 여물어 간다. 노오란 강낭콩 잎사귀가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그 옆 배나무에는 아직 따지않은 배가 봉지에 싸인채 그대로 달려있다.
얼기설기 강낭콩 덩쿨 사이로 장미가 보인다.
살짝 분홍빛이 도는 장미 한송이. 단풍지고 우수수 낙엽 흩날리는 이 시절에 어이해 장미는
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