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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계를 생각함

 

6.25의 그 난리통에서 온전하게 용케 남았다. 댕댕 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백 년된 시계다. 할아버지 할머니 제금날 때 시계다.

태엽이 터져서 두 번 수리를 했다. 그 때를 빼곤 집을 나서본 일이 없는 터줏대감이다.

숫자만큼 치면서 몇시인지를 알려준다. 그 소리는 낭랑하고 때론 청아하다.

우리집에서 제일 부지런하다. 똑딱똑딱 밤잠 안 자고 간다. 그렇다고 낮잠도 안 잔다. 일주일에 밥은 한 번 먹는다.

나는 열살 때부터 시계 밥을 주었다.

어쩌다 서 있으면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만사를 제쳐두고 다가가 참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시계 문을 조용히 열어 공손하게 밥을 준 다음 불알을 좌우로 흔들어 깨워준다.

정직,성실,건강하다. 무던하기가 옛 머슴 박서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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