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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태공에 거는 기대

 

이 달 초였다.  블로그에 낚시춘추의 기자 한 분이 오셨다.  전화 요청이 있기에 전화를

걸었다.

 

"자연보호라든가, 환경이 훼손된 현장을 고발하는 코너가 있읍니다. '쓰레기 제발'을 잘

보았습니다.  오솔님의 글을 저의 잡지에 올리고 싶은데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낚시춘추 기자의 뜻을 받아들였다.  원본 사진 몇 장과 아래 글을 메일로 보냈다. 

투고를 한 셈이다.

 

 

"좀 보십시요.  어제 오늘 비롯된 게 아니다. 그래서 오늘 내일 바로 잡힐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작년 여름에는 동네의 바다지킴이 어른들이 청소에

매달렸다. 올핸 그 예산마저 없어 가을을 넘겼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수거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동지섣달  때를 놓쳤다.

곧 얼음 구멍치기가 시작된다. 도내수로는 꽤 알려져서 대형버스가 줄을 서고 승용차가

갓길에 넘칠 정도로 전국에서 찾아온다.  주말 어떤 날 내려다보면 얼음판이 꾼들로

새카맣다.

 

 

                                                                         (도내수로의 사계)

 

여기는 태안.  서산 팔봉산을 끼고 있는 가로림만 남단. 수로의 양쪽은 사십년 전

바다를 막아 만든 간사지다.  논이 없던 이곳에 쌀밥을 먹게 해준 청정 농경지다.

수로의 갑문을 열면 가로림만의 드넓은 개펄이다.  갯벌은 바지락,굴,낙지 밭으로

어촌계의 생명줄이다.

우리 고장을 찾아주는 손님은 대환영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꾼들의 양식,

교양, 예의 운운 할 필요도 없다.  당장 바로 잡을 수 있다. 가져온 걸 도로 가져가면

된다. 이것만큼 쉽고도 빠른 길이 어디 있는가, 내년 수초치기 봄 낚시때까지

전봇대에 쓰인 '쓰래기 재발'을 우리 다같이 지워 봅시다. 우리 강태공님들."

 

 

                                                                         (도내수로의 사계)

 

메일을 열어본 기자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몇 가지를 다시 확인하는 성의가

고마웠다. 

연말이 가까와지는 며칠 전 소포 하나가 부쳐왔다.  낚시춘추 1월호였다.  역시

두 장의 사진과 함께 글이 실려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낸 내용과 몇 군데 사뭇

달랐다.  전봇대에 쓰인 '쓰래기 재발'이라는 스프레이 글이 내가 쓴 걸로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면 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알았다.

 

 

 

그러나저러나 낚시춘추 덕분에 새해에는 도내수로가 달라지길 강태공님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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