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간 토란을 끝으로 밭에서 거두는 추수는 마감이다. 시월 초 고구마를 시작으로 거의
한달 만이다. 큰 추위가 오기 전이라 다행이다.
실은 부추 밭 곁에서 올라간 울타리강낭콩이 노루꼬리 만큼 남아있긴 하지만 영글기까진
쬐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남은 건 더덕이다. 더덕은 내년 한해를 기다려
내후년 봄에나 거둘가 한다.
밭이 황토라 딱딱하다. 적당히 비가 내려주면 좋은데 올핸 하두 비와 바람에 데인 뒤라
그까짓 무슨 비 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쉬엄쉬엄 팠다. 대체로 고구마, 야콘, 둥근마,
토란 순서로 이어졌다.
모두 작황이 신통찮다. 고구마는 작고, 야콘은 무슨 까닭인지 갈라지고, 둥근마와 토란은
씨알이 잘다.
땅을 고르고 심고 물을 줘 가며 키울때의 재미로 치부하면서도 결과는 조금 아쉽다.
야콘과 둥근마는 처음 심어본 작물이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주위의 권유로 심었는데
토질이 안맞는지 경험이 부족한 지 올해 기후가 유발난 건지 잘 모르겠다. 풀어야 할
숙제거리다.
자잘한 고구마는 오후 간식용으로 좋다. 야콘은 식후에 생으로 먹는데 먹을수록 진맛이
난다. 굳이 경제성으로 따지자면 그나마 둥근마가 위안이다.
어젠 이웃 옥향할매가 아들이 잡았다는 잉어,붕어 등 이런저런 민물고기를 잔뜩 주어
졸여서 상추쌈으로 잘 먹었네. 허허, 갯가에서 민물고기도 뜻밖. 이래저래 시골 밥상은
별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