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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석사 산사음악회

 

 

도비산에서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건 운해.  그 아래엔 서산간척지이다.  차창을 때리는

비를 와이퍼로 훑으며 꼬불꼬불 올라왔다.  서산 부석사다. 올해도 산사음악회를 찾았다. 

출발 전에 미리 행사 여부를 문의했더니 우중의 산사음악회는 운치가 더 있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너무 산뜻해 오히려 기대를 부추겼다.

 

 

 

 

 

 

두어시간 일찌감치 갔으므로 한껏 여유가 있었다.  공양간에서 배식을 받아 느긋하게

저녁식사도 마쳤다. 강원도에서 왔다는 송이국이 또한 구수했다.

 

 

 

출연자들의 리허설을 보는 느낌도 본 무대 못지않았다. 주지스님을 비롯해 신도회의 

보살님과 처사님들의 발걸음이 시간이 다가올수록 바빠졌다.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천막을 치고 무대 위에 걸쳐진 비가림막에 고인 물을 수시로 빼냈다.  이런날 주최측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올핸 왜 이렇게도 비가...

 

 

 

 

행사를 시작을 알리는 극락전의 예불에 이어 범종루에서 법고 타고식이 있었다.   법고.  

운판,목어,범종과 더불어 불전사물의 하나. 모든 축생의 해탈과 이고득락을 위해 조석의

예불에 순서중에 가장 먼저이다.  부석사 동편에 자리잡은  범종루의 마지막 불사다.

창대비 속을 뚫고서 어둠이 깔린 도비산 골짜기에 산사의 법고가 울렸다.

 

 

 

 

 

 

시종 비바람이다.  무대 위에 고였던 물이 공연중에 시나브로 쏟아져내렸다.  그 소리를

시낭송주이던 박남준 시인은 훌륭한 배경 효과음이었다고 시인답게 코멘트했다.  비내리는

절간의 이슥한 가을 밤에 물안개 사이로 이리저리 형형색색의 조명이 움직인다.  나누어준

우비를 마다하고 비를 피해 관중들은 무대가 내려다보이는 처마밑 의자나 축대에 걸터

앉았다.

 

 

삽교 성당 김선태 신부님은 '울고넘는 박달재' 열창에 앵콜까지 소화했다.  아쟁으로 듣는

'베사메무쵸', 만돌린에 실은 '사랑의 위하여'도 깔끔했다.  피지컬 시어터의 현대무용

'거위의 꿈'도 부석사 산사음악회 아니고서는 즐길 수 없는 장르.  모두 열 한가지의

공연이다.  마무리는 '도신과 색즉시공'의 밴드 무대.  그리고 주경 주지 스님의 인사로

여덟번째 부석사 산사음악회는 종료.

 

 

 

주최측이 준비했던 떡이 넉넉해 돌아올때 여러개 나누어 받았다.  관중들이 조금 산만.  

비까지 내리며 깊어가는 산사 음악회의 분위기에 몰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려나  이번 산사음악회는 오래 기억되고 추억에 남을 음악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부석사 산사음악회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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