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廣川行... 웅암포의 사연

 

 

 

웅암포가 왜 사라졌을가.   

언젠가 여수에 갔더니 여수서 돈자랑 하지마라는 말이 있었다.  광천의 웅암포 시절에

그랬다.  지금 홍성인 홍주는 옛날 홍주목으로 내포의 중심지였다.  내포란 바다가 내륙

깊숙이 들어와 배가 드나드는 곳을 말한다.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한양의 마포나루가

번성했듯 홍주의 웅암포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광천이다.

60년대 들어 코 앞인  안면도에 연륙교가 놓이자 배로 웅암포로 가던 물산이 서산으로

빠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포구에는 토사가 밀려와 쌓이는 바람에 뱃길이 끊겼다. 

웅암포구는 70년대에 항구의 기능을 잃었다.  급기야 80년대 서산 천수만 간척사업의

여파로 광천은 바다가 아니라 육지가 되어버렸다.  어느날 웅암포의 자취는 사라지고

행정구역상 웅암리만 남았다.  자연 현상 탓만이 아니다.  

 

 

 

 

 

 

 

 

젓갈.  자세히 말하면 새우젓,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토굴 새우젓이 옛 웅암포 시절을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명품 토굴 새우젓에 광천 사람들은 마지막 자존심을 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마침 광천 새우젓 축제 기간이었다.  어딘가에서 연신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축제야 으례 그런거라 짐작하고 재래시장에서 새우젓만 실컷 보고왔다. 

시장안 새우젓 거리의 새우젓갈 냄새가 오묘했다.  하기사 새우 젓갈의 냄새야 날가마는

보고 느끼는 토굴새우젓의 감칠맛과 어리는 향이 그런 경지라는 의미. 

 

 

지금 나오기 시작하는게 추젓.  추젓은 김장용이다.  새우 자체의 튼실한 질감은 아무래도

육젓이다.  맛뵈기 이쑤씨개에 달려나온 육젓 한마리에 소주 한잔 생각나네.  운전 만

아니라면.  아, 그 맛을 아시는가.  

세하젓,오젓,육젓,자하젓,추젓,동백젓...  모두 새우젓이다.  김장철이 아직 이른 탓인지

몇 년새 그동안 잘 개수한 재래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장항선 열차가 지나가는 광천

역전에 즐비한 차량을 보면 저잣거리라는 걸 알수 있다.

 

 

 

 

 

 

 

 

 

  

웅암포 자리인 독배마을의 새우젓 토굴을 처음 들어가보았다.  물이 뚝뚝 떨어진다.  토굴

이라기보다 바위굴이다.  굴은 생각보다 길다.  중간중간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나있다. 

사시사철 15도로 유지되는 온습도는 가까운 바닷가 해풍을 받아 젓갈로 숙성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목포나 신안에서 잡아 배에서 바로 염장된 새우가 광천에 와서 잘 정제된

천일염으로 덧간을 해 토굴에서 한달 여 숙성을 거치면 광천 토굴 새우젓이 된다.

 

 

 

 

 

 

웅암포의 영광이 토굴에서 다시 탄생하고 있다.  아이러니인가 필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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