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햇빛이 수줍다. 태풍이 올라온다니 더 그렇다. 새벽에 만난 팔봉산이 손짓한다.
마침 9월1일이다.
에라 모르겄다... 물병 하나 달랑 들고 나섰다.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한 숲속 산길은 삽상하다. 여러 차례 비 온 뒤라 길은 팽기고
바위는 미끄럽다. 이내 온몸은 땀에 젖었다.
1봉을 왼쪽으로 끼고 운암사지 쪽 코스다. 2봉 우럭바위를 거쳐 정상인 3봉으로 다들
가지만 쇠 난간이 길고 가파르다. 역시 산은 발이 느끼는 흙이다.
꼭대기를 앞두고 얼마전 폭우로 내려앉은 쇠 사다리가 앞을 막는다. 못올라가나 했더니
돌아가는 길은 있었다. 정상.
올려다만 보던 안도내가 바로 발 아래다. 가로림만 고파도에 만대와 독곶을 지나 서해가
지척이다.
꼭대기는 작년 정월 초하룻날 이후 두번째다. 아침 저녁 늘 보는 팔봉산이 왜 이리 먼고.
남겨두었던 한모금 물맛이 신비롭다. 산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