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이장댁 어른이 가셔서... 어쩌지요?"
아침 산보길에서 이영복 영감님을 만났다. 내가 물었다.
버스종점을 지나 도내나루로 돌아서 내려가는 곳이 영감님 집이라
오다가다 자주 만난다.
꼭두새벽부터 자질구레한 집안 일 거드느라 늘 부지런하시다.
"그려, 용기 그 친구, 평생 친군디 훌쩍 가버렸네. 깔끔허구 건강했는디..."
영감님은 씁쓰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60년 단짝이었던 여든 일곱살
동갑나기 친구가 며칠 전 세상을 떠났다. 도내에서 연장자인 두 분이었다.
지난 3월 마을 척사대회때 동갑 두 분(가운데)
가운데 젓가락 든 영감님이 먼저 간 친구
"허허, 이틀에 한번은 같이 태안 나갔는디... 점심, 한번은 내가 사고,
다음은 그이가 사고... 이젠 읍내 나갈 일이 없어졌슈."
"돈이 안들긴 헌디.... 이젠 맨날 집에서 뱅뱅 돌기만 허니 거 참, 심심
허네그려."
"친구, 뭐혀, 목욕 가세 하더구마. 그 소리에 화들짝 깨어 보니 꿈이여."
친구를 보내고 혼자 남은 허전함이 말끝마다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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