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는 족자 하나가 걸려있다.
겨울이 물러갈 즈음이면 자주 눈이 간다.
이 글을 준 분은 집안 사람이다.
나이는 나보다 이 십여 년이 많았다.
그 양반은 깍듯이 나를 족숙 어른이라 불렀다.
문중 항렬로 나의 조카뻘이기 때문이다.
시골서 서울 딸내미 집에 다니러 왔다며 으례 나를 찾아왔다.
주머니를 더듬어 차비라도 보태드렸다.
실은 귀찮을 때도 없지 않았다.
어느날 이 글을 나에게 주었다.
족자를 만들어 사무실에 걸었다.
거의 이십 여년 전 일이다.
봄은 어디 쯤 있나.
멀리 가 찾을 거 없지. 바로 발 밑에 있는 걸.
오늘따라 한참 나이 많았던 문중 조카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