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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부석사 산사음악회 유감)

 

맨 앞줄은 기관장들 차지다. 미리 비워둔다. 직전에 들어와 자리를 채운다. 사회자의 소개로

연설 경쟁이 시작된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하는 말이 결국 그 말이 그 말이다. 화상 메시지도

등장한다. 이게 우리의 행사 풍속도다.

 

                                     누가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 하겠는가. 서산 초등학교 이은비양

 

여기까지는 넘길수 있다. 이 분들이 자리를 뜰때는 피차 민망곤혹스럽다.  두어 공연이 지나면

썰물이다. 가장 가운데 분이 일어서면 일단의 인사들이 뒤따라 빠져나가고 이후  시차를 두고

도미노 현상은 계속된다.

그 때마다 행사를 주관하는 책임자도 일어나야 한다.  공연은 이어지는데 맨 앞줄은 내내

부산스럽다.  끝내 앞 한 두줄은 빈자리로 휑하다.

 

공연의 맥을 끟고 객석의 분위기를 산만하게 한다. 썰렁한 앞줄에 기분좋은  출연자가 있을가.

어떤 이유든 관중을 짜증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문화 행사에 고위 인사가 참여하는건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영광이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은 다르다.  기관장들의 짝사랑에 관객은

냉담하다.

 

드나들 때 우리 기관장들은 왜 이렇게 야단법석일가.

그리고 왜 이리 바쁘실가.

끝까지 공연을 감상하고 박수치며 관중과 호흡을 같이 할 수는 없을가.

  

                        언어의 허물을 벗어던진 자작시를 낭송했다. 조선대 교수 나 희덕 시인

 

이번 산사음악회도 비슷했다. 시장님도 왔고 현재 그리고 전임 시의원님들 그리고 유지들이 

사회자 소개로 손을 흔드는 눈도장까지는 좋았다. 아니나 다를가 두어 공연이 끝나자 맨 앞줄은

부산스러웠다.

내빈들 전송하랴 자리 지키랴 주지스님은 들락날락 맨 앞줄에서 혼자 바빴다. 

 

공연자 중에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의 색스폰 연주도 있었고, 광주에서 올라온 시인의

시낭송도 있었다. 어른들에 비해 손색없는 어린이의  기량에, 그리고 멀리서 와준 시인의 

열정에 관중들이 더 많은 박수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돌개바람에 왔다가 회오리로 사라지는 이런 풍속도를 바꿀 방도는 없을가. 지금까지 그러려니

젖어왔다. 

새로운  자리를 만들자. 맨 뒷자리가 어떨가.

 

희망사항은 공연자들과 관객과 더불어 끝까지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마무리 다과회에서

'장녹수', '무조건'을 감상한 답례로 어린이의 손을 잡아주고  '야생사과', '빗방울에 대하여'를

읊조린 시인에게 향토를 대표해 마른 곶감 하나라도 집어 예의를 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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