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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석사 산사 음악회

 

 

 

 

‘송이 냄새가 구수하구먼.’

공양간 여신도 보살들 사이를 지나가며 스님이 하는 말을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 내음 그 소리에 갑자기 시장기가 돌았다.


부석사 산사음악회에 집사람과 함께 갔다.

창건 설화나 한자도 똑 같으나 이 부석사는 서산시 부석면에 있는 부석사(浮石寺)다.

사찰의 나이로 치면 영주 부석사와 위아래를 가늠하기 어렵다. 의상, 무학, 경허, 만공

큰 스님들이 창건, 중창, 중흥, 수행정진하신 도량이기도 하다.

가까이 있는 절인데도 나로선 첫걸음이었다. 서쪽을 바라다보는 위치며 여러 가지로

다른 사찰과 달랐다. 대웅전을 찾았으나 없고 극락전 현판이 붙은 법당이 소박했다.

바로 절간 코 앞까지 찰랑대던 바다는 천수만 간척으로 수로(水路) 만 저멀리 흔적을

남겼다. 일찌감치 굴포운하(掘浦運河)가 되었더라면 저 물길이 우리집 바로 뒤로  

가로림만에 와닿는다. 뱃길로 똑바로 올 뻔한 길을 돌아돌아 자동차가 대신했다.

 

음악회는 일곱 시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일찌감치 다섯 시에 도착했다. 길도에 태안

시장에 들러 김밥도 몇줄 미리 샀다.

괜시리 절에 와서 촌티만 냈다. 앞 쪽에 자리를 잡고 식후경 운운 하며 조심스레 김밥을

먹고 있는데 절에서 저녁 공양을 준비 했다는 안내방송이 있었다. 먹던 김밥은 봉지를

닫고 공양간으로 달려가 줄을 섰다.

따끈한 송이 국 한 그릇이 따라 나왔다. 귀한 송이를 아끼지않아 소담스럽고 구수했다. 

아까 그 스님이 알고 보니 주지 스님이었다.


 

 

 

 

 

 

 

 

올해로 일곱 번째다. 개막을 알리는 일곱번 타종이 된 범종 소리는 그윽하고 은은했다.

색소폰 연주, 시낭송, 가곡, 禪舞, 민요, 팬플룻, 피지컬 씨어터가 이어졌다.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新과 舊가 팽팽하고 歌와 舞가 어우러지고 時와 空이

자유로웠다. 승복은 보였으나 목탁소리는 들리지않았고 공연 내용의 편성과 진행이

유려해서 山寺라는 선입견을 깼다.

양쪽으로 늘어선 연등이 처마를 밝히고 이슥한 밤하늘을 호위했다.  무대 위 나무 가지는

아랫도리에서 쏘아올린 조명으로 형형색색 흩날렸다.

여느 음악회나 다름없이 객석에서 앙콜이 터져나왔고 출연자들은 흥겨이 화답했다.

도비산(島飛山) 긴 골을 타고 찬기운이 무릎까지 내렸으나 아랑곳 하지않고 객석과

무대는 훈훈 삽상했다.

 

국립국악원 문화학교 하경미 일행의 가야금병창으로 시작된 두 시간 반의 산사 음악회는

‘도신과 색즉시공’ 그룹의 요란한 음향과 도신스님의 열창 그리고 청중의 환호로 끝났다.


오늘 음악회는 색즉시공의 드러머인 김 영석씨가 안내해주었다. 락밴드 ‘도신과 색즉시공’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화두를 던지며 두어 두전에 태안과 서산을 근거로 결성되었다.

보컬이 도신스님이고 멤버는 ‘골목길’로 알려진 전 ‘신촌부르스’이다.

  

 

 

 

 

두 분의 스님이 출연을 했는데 지리산 아래 고담사의 심진스님이나 서산시 내 서광사의

도신스님의 경지를 일개 중생은 알 수가 없다. 스님이 하면 노래도 염불 같고 염불도

노래 같다는 옛말이 여기서 새삼 혼란스럽다. 공즉시색 색즉시공이 그렇다.

 

사회자인 홍성희라는 분도 처음부터 내리 사회를 도맡아와 나름대로 내공이 쌓였다.

주지스님의 기획 안목과 꾸준한 열의가 빛났다.

신심으로 뭉쳐 열과 성을 다하는 출연자들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보살님들이 공연 직전에는 떡과 삶은 밤을 나눠주더니 공연 중에도 따끈한 생강차를

연신 배달해 절집의 예의를 혼연 다하는 모습이었다.

 

‘실은 송이가 좀 모자라 북한산 수입송이를 좀 섞었습니다.’

말미에 무대에 오른 주지 주경스님의 인사말 중 한 대목이었다.

이실직고 애교 한마디에 관중들의 폭소와 박수가 함께 터졌다. 

 

먹다 가져온  김밥은 집에 와서 다음날 먹었다. 다음 음악회 날짜에 밑줄 그어놓고

먹는 찬 김밥에는 전날의 감동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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