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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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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冬을 지나며... 아, 세월은 잘 간다♪ 언뜻 잠결 창가에 비치는 하얀 달빛이 끝내 새벽잠을 깨운다. 엊저녁 해거름이었다. 이화산 마루에 걸린 석양을 마치 밀어 내기라도 하듯 동천 팔봉산 능선에 보름달이 떴었다. 한로 상강이 지났는가 했더니 하룻밤새 무서리가 내렸다. 입동. 4계절 24 절기는 여측 없이 돌고 돌아 올해 또다시 겨울의 문턱이다. 마음이 바쁘다. 농군의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다.
봄소식은 백화산, 단풍은 팔봉산에서 화신은 남쪽 백화산에서, 단풍은 동쪽 팔봉산에 먼저 온다. 팔봉산은 아직... 앞산 솔발길도...
석양, 해가 서쪽에서 뜬다 날씨가 왜 이래! 가을의 문턱에서. 엊저녁 내내... 아침나절까지 비가 내렸다. 어느새 구름 걷히고 날이 개는가 싶더니 거실로 찾아온 석양... 해마다 이맘때면 서쪽에서 해가 뜬다. 거실 서편으로 난 창문에서 쏟아지는 저녁 햇살이 팔봉산 해돋이 아래서 눈부시다. 하루 해가 저문다.
팔봉산의 동쪽 서산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을 성연으로 택했다. 꼬불꼬불해서 평소 잘 다니지 않는 길이다. 우리집에 보면 동쪽으로 서산 쪽이다. 반대편이다. 금학리에서 역광으로 비치는 팔봉산. 같은 산이로되 느낌이 다르다. 어제 우리마을에서 바라본 팔봉산은 이랬다.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태안에 살면서도 서산이 가깝게 느껴지는 건 코 앞에 팔봉산 때문이다. 제1봉은 갓머리를 닮았대서 감투봉이라 한다. 우럭바위 2봉을 지나 제3봉이 정상이다. 8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다. 본래 9봉산이었는데 8봉산으로 바뀌자 봉우리 하나가 '구봉 구봉' 하며 울었다는 전설. 동으로 팔봉산이면 남쪽으로 산등성이를 몇 구비를 건너지나 멀리 백화산. 지리산 반야봉이랄가. 바가지 두 개를 무심코 엎은 듯 봉우리만 보인다. 태안의 진산이다. 찰랑찰랑 도내 앞 뜰은 초록 물결. 푹푹 찌는 한더위가 논 벼엔 더 없는 보약. 풍년 예약이다. 마파람에 넘실대며 춤춘다. 일본에서 아베 전 수상이 피살되고, 집권여당 대표가 윤리위에서 낙마했다. 사모관대가 허업이며 반야바라밀다 오온이 개공이라... 감투봉, 반야봉이 다가..
2022년, 팔봉산 감자축제 팔봉산 감자축제가 열리는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는 우리집에서 차로 5분 거리다. 남의 동네 같지만 이웃이다. 코로나로 3년만에 축제다. 어제 첫날 갔다가 너무 붐벼 입구에서 차를 되돌렸다. 오늘 끝날 무렵에 다시 찾아 갔다. 올해 팔봉산 감자 축제가 21회. 나의 귀촌 햇수와 거의 일치한다. 축제 초장기부터 봐 왔기에 애정을 가지고 해마다 잊지 않고 둘러본다. 축제란 으레 사람 구경이다. 많은 인파 속에 휩쓸리면서 아는 사람들을 만난다. 반갑다.
팔봉산, 수문 사이로 조망하다 육중한 콘크리트 철구조물 수문 사이로 팔봉산. 여덟 능선에 아롱아롱 봄이 보인다. 도내수로에는 오리 떼. 어제와 오늘 사이에 산천의 경색이 달라졌다. 봄, 봄. 봄이다.
그래도 봄은 온다 어젠 갯골이 드러났는데 오늘은 바닷물이 들어찼다. 쌍섬 너머로 이화산에 겨우 보인다. 동쪽으로 팔봉산, 팔봉 능선을 구름이 덮었다... 올 봄은 새아씨 버선발 걸음 마냥 나긋나긋 하지 않다. 한여름 장마 태풍 때도 이러지 않았다. 창대 비 강풍에 간밤은 내내 요란하였다. 대문간 홍매나 뒤안 장독대 옆 옥매를 보면 어지간히 봄이 오긴 왔다.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던 처마밑 납매는 어느덧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