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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무 아리랑

LG 93-98 김상무 아리랑(33화) '관리자는 챙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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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의 주요 테마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후관리를 하도록 지시가 되었다. 바로 <주요 9개 사업의 과제별 Action Plan>이었다. Follow up 활동에 나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언제든 큰 일을 치른 뒤 더 큰 일이 따랐다.

 

 

<Action Plan의 Follow up 보고> 체제를 만들었다. 에이플랜 팀은 9개 사업의 15개 사업부에서 67개의 개선 테마를 정리했다. 각 사업부는 테마 별로 진척관리에 들어갔다.

 

통합작업에서 사업분석과 조직과제 해결의 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프로세스였다. 한데 묶어보니 백여 쪽에 달하는 부피였다.

 

다음해 94년 1월부터 3월까지는 각 사업부장이 개선실적을 서면으로 CU장에게 보고했다. 실적 보고하기 전에 에이플랜 팀을 경유했다. 주요내용은 에이플랜 팀의 의견을 달았다.

 

 

<Action Plan의 Follow up 보고>를 경영회의의 정례 보고 안건으로 넣도록 경영회의를 주관하는 전략기획본부에 요청했다. 8월까지는 순서를 정해 매월 두 개 사업부씩 사업부장이 직접 경영회의에 보고를 했다.

(경영회의 보고는 '사업활성화 추진실적'이라는 타이틀로 안건이 상정되었다. 에이플랜이라는 용어가 현장의 긴장감을 자극한다는 의미에서 에이플랜 초기부터 정해진 방침이었다.)

 

 

3월 산전) 기기사업부, 플랜트사업부, 계전) 전기기기사업부

4월 산전) 자판기 사업부, 기전 ) 전기기기사업부

5월 하니웰) 빌딩제어사업부, 기전) 공기사업부

6월 기전) Robot사업부, 산전) 검사장치팀

7월 산전) 자동화사업부, 계전) 전자기기사업부

8월 계전) 전자기기사업부, 하니웰) 공장제어사업부

 

뒤로 갈수록 무거운 테마로서 전략적인 내용이 많았다. 전략적인 과제는 과제별로 팀을 구성했다.

 

 

 

 

 

<송배전기기 사업>의 경우 차단기, 개폐기, VCB,  ACB, 지중선 개폐기 群의 제품은 계전의 청주공장과 기전의 천안공장에서 각각 생산했다. 이런 제품거점을 대상으로 한 ‘생산부문의 통합 과제’는 전사적인 지원과 의사결정이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였다.

 

<자동화시스템 사업>에서는 ‘ 시스템 엔지니어링 및 코어 기술 확보계획 ’이 과제로 채택이 되었다. 필요 기술 19가지에 대해 95년 말까지 2년 동안, 현재 사내 1, 2위 수준의 D, E 등급을 B, C의 등급으로 향상시키는 목표를 정했다. 의욕은 좋지마는 역시 갈 길이 먼 과제였다. 그러나 시동을 걸어 움직이는 실천과 행동이 우선이었다.

 

계전의 전자기기 사업부와 하니웰의 공장제어 사업부의 <공정제어 사업>도 두 회사와 사업부간에 첨예하게 충돌이 일어나는 사업이었다. <분산제어 시스템( DCS )사업>에서 표면적으로는 석유화학 플랜트와 발전설비 영역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갈수록 영역이 모호해져 갔다.

 

그러므로 웃어른들의 방침과 뜻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실무자들의 눈터지는 충돌이 비일비재했다. ‘계전과 하니웰 영업정보 및 협력체제 구축’이라는 과제도 이런 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주요 9개 사업의 과제별 Action Plan>에서 에이플랜 팀이 Follow up의 추진 사무국이 되어 점검과 확인 그리고 지원관리에 집중했다.

 

 

 

각 사업부 별로 팔로업 활동은 사업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다른 사업부에 지지않으려는 경쟁심도 가미되어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에이플랜 팀에서 이쪽 저쪽을 다니면서 의도적으로 자극을 시켰다. 경쟁심은 동기유발의 초보단계다.

 

나를 비롯하여 에이플랜 팀은 수시로 사업부의 현장을 방문하여 애로를 파악하고 지원을 했다. 현장에서 돌아오면 현장의 분위기를 이희종 CU장에게 리포트 했다.

 

 

 

 

 

 

94년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Action Plan Follow up 현장 모니터>를 실시하였다. 에이플랜 팀에서는 사업부간의 진척사항을 비교하여 경영회의에 종합 보고를 했다.

 

 

 

진척이 부진한 테마에는 몇 가지의 유형이 있었다. 그리고 우수하게 진척이 되고있는 이면에는 그 만한 노력이 뒤따르고 있었다.

 

<자동화 시스템사업>은 과제의 해결과 개선을 위해 ‘공장자동화(FA) 종합 컨설팅 태스크 팀’을 구성하였다.

 

산전의 자동화 사업부, 검사장치 팀, 계전의 전자기기 사업부, 기전의 로봇사업부 등 4개의 사업부가 협업체제로 들어갔다. 그런 결과로 금성사의 모니터 OBU와 럭키의 온산공장으로부터 2건의 수주도 했다.

종전 같으면 서로 경쟁하다가 제살 깎아먹기로 가격이 덤핑이 되었거나 아니면 제3의 업체에 빼앗길 공산이 컸다. 이런 사례들이 에이플랜 팀이 풀어낸 중간 성과였다.

 

산전의 자판기 사업부에서는 액션 플랜( Action Plan )의 팔로 업 사항을 각 부서장들의 목표관리 카드에 넣어 관리를 하였다. 사업부장은 관리자 회의 때 직접 진행사항을 모니터했다.

 

94년은 9개 사업의 15개 사업부는 물론 산전 CU가 온통 ‘약속의 이행’에 매달렸다. 결과적으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라는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심어주었다.

 

한편 주요과제는 94년의 <목표관리>와 <임원 자기관리 시스템>에 반영하여 평가를 받도록 했다. 경영회의에서 사업부장이 직접 보고하도록 제도화한 것도 ‘약속 이행’을 솔선수범한다는 의미에서 고육지책이었다.

 

 

 

 

“ 관리자의 임무는 챙기는 일입니다. ”

 

10여 년 전, 신임 관리자 교육에서 윤봉순 상무가 한 말이었다. 1979년 5월 금성계전이라는 기업에 첫발을 디딘지 한 달이 안된 시점이었다.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관리자의 역할을 표현한 것으로 단숨에 귀에 들어박히게 간단 명료했다.

 

 

“ 관리자는 챙기는 자리가 아니다. ”

 

얼마 후에 나는 깨달았다. 기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우러나온 나의 결론이었다. 이후 나는 관리자 교육에서 입버릇처럼 말했다.

 

“ 챙기고 앉아있는 멍청한 관리자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

 

조직도에 따른 업무 분장이나 지시사항은 서로 간의 약속이다. 상위자가 챙기기 전에 먼저 결과를 보고 하고 미진하다면 미진한 대로 중간보고를 하므로서 조직의 질서가 유연하게 굴러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통제가 아니라 자율이었다.

 

부하의 업무 진척사항이나 시시콜콜 챙기고 않아있을 시간에 부하들이 할 수 없는 상위자 고유의 창조적인 일에 투자하라는 뜻이었다. 이것이 관리자에게 관리자 수당을 주는 이유였다. 더욱이 임원들에 있어서야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액션 플랜( Action Plan )의 팔로 업은 사업의 책임자부터 ‘팔로 업’이라는 제도적인 틀 속에 가두었다. 약속한 사항을 철저히 지키라는 메시지였다.

사업부장들은 흔쾌한 기분일 수가 없었다.  '관리자는 챙기는 자리가 아니다'를 주창해온 나로서 이율배반적인 길로 들어선 데 스스로 불만이었다. 선순환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충격요법이라 생각하고 자위했다.

 

 

‘ 내가 맡은 사업에 대해 스스로 고민한다. ’

‘ 약속한 사항에 대해서 끝까지 이행한다. ’

 

지금까지 ‘흐지부지’의 용두사미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도입한 작은 시도였다. 산전의 문화를 바꾸는 첫 단계 처방으로 보았다.(33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