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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村漫筆

오늘 일기장... 달랑게와 꿀벌, 달팽이

 

 

 

올해도 구아바꽃이 피었다. 매끈한 열매에 새콤달콤한 맛에 비해 구아바꽃은 영 별로다. 꽃 생김새가 허접스런건 두고라도 구아바 꽃에서 향기라기엔 전혀 별종스런 이상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도 꿀벌은 쉼없이 날아든다. 허리에 꽃가루를 꿰차고서 연신 나딍군다. 벌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가봐.

 

우리집에서 화분에 담긴 유일한 나무가 구아바다. 열대성 식물이라 추위에 약해 화분에서 키울 수 밖에 없다. 가을이면 크다란 화분을 현관 안으로 들이고 봄이면 바깥에 내다놓는 수고를 귀촌 이후 10여 년째 하고 있다.

 

갈수록 화분의 무게가 힘에 부쳐 절로 인상을 긋다가도 초가을 어느날 잘 익은 구아바 맛을 보고나면 우아하게 생각이 달라진다. 초봄 분갈이에 밑거름을 덤뿍 주고 여름을 지나면서 때맞춰 밑거름을 하는 노력도 빠뜨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 인간은 몰라도 곤충, 벌들은 안다. 꽃과 열매는 다르다. 모과꽃. 꽃이 예쁘서 열매가 아름다운 건 아니다. 열매가 없는 예쁜 꽃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채마밭에 신사는 우아한 자태로 보나 걸음걸이로나 역시 달팽이.

 

촉촉한 밭 고랑 사이 잡초를 비집고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달랑게. 집 뒤쪽이 가로림만 바다여서 우리집까지 놀러온 손님이다. 오늘따라 표정이 우스꽝스럽다. 이 녀석들이 여기저기 요즘 부쩍 늘었다. 시나브로 내리는 비때문이다. 한쪽 집게발이 큰 황발이도 곧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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