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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우리나라 농촌 의료의 현주소







태안의료원이 다소 외진데다가 정형외과가 없었다. 최근, 원장 겸 새로 부임한 정형외과 의사가 용하다는 소문이 노인들 사이에 퍼져 태안의료원 정형외과는 대단히 붐빈다. 읍내에 정형외과 전문 병원이 많지만 기존 병원이 타격을 입을 정도로 단연 인기다. 내가 보기에는 의술도 의술이지만 성품이 참 무던해서 노인들에게 여러모로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집사람도 일년에 두어 번 진료를 받는데 의료원에 갈 때마다 바짝 긴장한다. 진료를 받기위해 의료원 문을 세 번 드나든다. 대기표 쓰기 위해, 진료 등록하기 위해, 진료받기 위해.

물론 새벽잠 설쳐가며 간식, 도시락 싸들고 의료원에 가서 하루를 병원에서 살다시피 죽치고 있으면 되겠지만-  의사 진료를 받기까지 '절차와 관문'이 까다롭다. 하루 15명으로 한정된 진료 숫자가 치열하다보니 시행착오 끝에 자연발생적으로 개발된 방식으로, 내가 봐도 다른 대안이 없어보이는 게 더 문제다.









그 절차와 과정. 의료원 현관문을 들어서면 입구 로비 탁자에 놓여있는 종이 쪽지에 오는 순서대로 번호와 이름을 적어놓고 기다린다. 7시에 의료원 직원이 나타나 대기번호표 기계를 가동시켜 종이 쪽지에 쓰인 순서대로 번호표를 뽑아 이름을 적어준다. 이 번호표를 의료원 업무가 개시되는 9시에 접수창구에 제시하면 비로소 정형외과 의사의 진료 등록과 함께 진료 순서가 결정되어 정형외과로 찾아간다. 

새벽 2시,3시에 오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전날 읍내로 나와 찜질방에서 자고 택시 타고 오는 사람도 있다. 농촌의 정형외과 환자는 모두 노인들이다. 병을 고치러 오는 노인들이 되레 병을 덧치지 않을가 걱정이 될 정도다. 노인 환자의 속성이 주기적인 통원이 불가피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며칠 전이다. 이 날도 나는 여섯 시에 병원에 도착해 그 쪽지에 24번 째로 집사람 이름을 올리고 서성거리며 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소동의 발단은, 꼭두새벽 3시에 와서 쪽지에 순서 번호와 이름을 쓴 다음 다시 집에 돌아갔다가 7시에 맞춰 병원에 와 보니 그 쪽지가 사라지고 다른 쪽지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없어진 먼젓번 쪽지에 이름을 올렸다는 서너 사람들이 합세해 맨 앞 번호를 받아야 한다며 앞 번호를 주장을 하자, 딱딱한 병원의자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기다리고 있던 2십 여명의 사람들은 뭐냐며 서로 고성이 오가는 승강이가 벌어진 것이다. 

노인들의 패싸움이 됐다. 한동안 넋놓고 보고있던 여직원이 정형외과 의사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해서 상의한 결과 하루종일 모두 진료를 해드리는 걸로 가닥을 잡아 겨우 수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