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충청도 아산만 앞바다에 조그만 섬...
'풍도(豊島)'라는 섬이 있다.
1894년, 동학란을 빌미로 우리 안방에서,
저들끼리 붙은 '풍도 해전'에서
막강이라던 청나라 이홍장의 북양함대가
일본 해군에게 박살이나 청일전쟁이
초장에 결판난 곳이다.
'일이 시작할 땐 간단하지만 일이 끝날 땐
거창해진다'고 말했다.
태평천국, 염군의 난을 진압하며 승승장구하던
개인 이홍장에 가한 일격에 그치지 않고,
일본에게 내정간섭의 빌미를 제공하며
결국 일제강점 36 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우리 민족사에 통한의 현장인 것이다.
지난 6월, 5박6일로 큐슈 중부를 바쁜 걸음으로
종단했던 데 비하면, 이번 7박8일의 북쿠슈 여행은
다자이후, 카라쓰에서 고쿠라, 시모노세키까지
거리가 비교적 짧으면서 여유가 있었다.
관부연락선의 일본 도착 지점.
시모노세키.
우리 근대사에서 현해탄, 시모노세키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된다.
가라쓰에서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와
신간선으로 고쿠라에 가서 1박을 하고 모지꼬로 가
몇 곳을 둘러본 뒤 시모노세키 행.
해저 터널로 도보, 간몬 대교로 차편으로,
철도가 있지만 배편으로 건넜다.
쾌속선이라 5분 거리.
초겨울 바닷바람에
세도나이카이의 조류는 예나 변함이 없으련만
오늘날 시모노세키는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시모노세키가 아니었다.
관광객들이
아카마 신궁으로, 가라토 시장으로, 유메타워로
총총히 몰려갈 때 길거리에서 작은 글씨로
우연히 발견한 곳.
'日淸講和記念館'.
'春帆樓(슌판로)'.
승전국의 이등박문과 패전국의 이홍장이
'시모노세키 조약'을 만든 곳이다.
회담 동안 이홍장은 일본인 자객으로부터
총탄을 맞기도 했다.
저격을 당한 소롯길이라며 팻말이 붙었는데
자객이 무슨 마음으로 결행했는 지는
알 수 없었다.
구사일생으로 이홍장 목숨은 살았으나
청나라 중국은 대만을 잃었고
15년 뒤, 조선왕조 우리나라는 끝내
국권을 잃었다.
당시의 회담장을 재현한 기념관에서
나는 풍도를 생각했다.
'늙은 천리마가 마굿간에 있으면
둔한 말까지 놀리는구나.'
'이홍장 평전'에서
열두 가지 잘못을 열거한 양계초가
이홍장을 두고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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