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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내마음 별과 같이...






'앞으로 뜰, 뒤로 바다.'


15년 전, 내가 여기에 터를 잡을 땐 '이것'이었다.


귀촌 정착기 <버갯속영감>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중턱에는 삼백 년 된 팽나무가 마을의 온갖 사연을 꿰며 내려다보고 있다. 팽나무 위로 나지막한 제각(祭閣)이 버티고 섰다. 도내가 섬처럼 보이나 섬이 아니었다. 이런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우리 집 뒤로 난 언덕배기가 이웃 마을을 잇는 유일한 통로이다.


  안도내는 태안의 만대(萬垈)와 당진의 독곶 사이로 길게 내려온 가로림만(加露林灣)의 맨 아래  끄트머리에 있다. 멀리 남쪽으로 태안의 백화산(白華山)이 우뚝하고 동쪽에는 서산(瑞山)의 팔봉산(八峯山)이 병풍처럼 둘러섰다. 바로 뒤로 구도(舊島)항이 마주보이고 그 사이에 당도(堂島)가 두둥실 떠있다. 아물아물 고파도(古波島) 등대를 건너뛰어 청산리(靑山里) 포구가 살짝 비껴서 다가온다.

  큰길가 ‘도내 나루터’ 표지판이 안도내 길목임을 알려준다. 도내나루. 불러도 들어도 언제나 정겹다. 안도내는 밀물과 썰물이 하루에 두 번 조용히 들어왔다 나가는 갯마을이다. 파도소리는 물론 갈매기마저 없어 한가롭다. 본래 파시(波市)가 생각나는 어촌이 아니었다. 아무리 코끝을 세워도 고기 비린내조차 없다. 한없이 펼쳐진 개펄이 단조로워 조심스럽다. 왁새(억새)들이 무리지어 하늘거릴 때는 삼라만상이 절묘하다. 빼어나지 않아 안겨오고 제멋대로여서 수더분한 경관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렸다.






집 뒤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밭에, 

한달 전, 빨간 측량 말뚝이 어지럽게 꽃혔다.






어느날 드디어.


들려오는 포크레인의 굉음.

꼭두새벽에.


이런 소릴 안들으려 여기까지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