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에 별이 총총하고 계절따라 풀벌레 우짖는
고향같은 산촌 한적한 갯마을에
이웃과 어울리며 사람 사는 맛을 찾아서 들어온 곳.
태안 도내리 끄트머리 안도내.
2004년에 집을 지어 귀촌했다.
그 해 년말 동네사람들을 초대하여 집들이를 했다.
귀촌 정착기 '버갯속영감'에서 이렇게 썼다.
해가 바뀌기 전에 서둘렀다. 망년회 삼아 섣달 그믐날 주민들을 청해 집들이를 했다. 남녀노소 삼십 여명이 거실에 북적거렸다. 옆 집 배 선생은 ‘청춘을 돌려다오’를 목청껏 불렀고 배 아주머니의 니나노 장단이 힘찼다. 숟가락으로 두드리는 바람에 오래된 나무 12각 찻상이 순식간에 찍히고 파였다.
집들이 흔적을 12각상에 아로새기고 갑자년은 저물었다. 어쨌거나 왁자지껄 한바탕 해야 할 일을 하고나니 을유년(乙酉年) 새해아침이 가벼웠다.
12각상의 집들이 흔적.
읍내로 나가는 길도에는 서너군데 주택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 마을도 조용하지 않다.
마을 들머리에 작년에 두 채가 들어서길래 비로소
이웃이 생기나 했더니 한해가 다가도록 집들이는 고사하고
마을 모임에는 물론 코빼기도 안보인다 수군댔는데
드디어 삭막한 현수막이 붙었다.
집 뒤로 구도항이 보이는 전망을 가로막는 뒷집은
과연 집들이를 할 이웃일지 궁금하다.
'내땅에 내집 짓는다' 는데 토를 달아 뭐 하랴 마는...
13년 전,
우리집 집들이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집들이가
아니기를 바란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구닥다리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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