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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귀촌일기- 보령댐 상수도가 우리 마을에








100키로 떨어진 보령댐에서 상수도 물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온마을이 환호했다.

새해들어 언땅이 녹기도 전에 상수도 관로 매설 공사판이 벌어져

소음과 분진에 시달리고 마을버스 길이 끊겨도 작약했다.


십여 년 동안 1.2키로 거리의 이웃 염장마을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끌어다 먹는 간이상수도의 염분이 갈수록 문제였기에

그동안 견뎌온 인내에 비례하여 주민들의 기대는

만발이었다.


집집마다 새 수도 계량기를 하나 더 부착하는 걸로 

만반의 통수 준비 공사는 끝났다. 


재작년, 2년 반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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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후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


무슨 일이 있었던 걸 가.









자초지종은

아무도 모른다.


소금물이 건강에 해롭다는 건 둘째 치고,

두부 만드는데 물이 건건해서 두부를 망쳤다느니,

커피를 타도 프림이 안풀린다느니...


주민들의 원성에 반장님은 속수무책 

생수만 사다 나를 뿐.


물론 반상회도 있었다.


'쳐들어 가서' 데모를 하자는

말도 나왔다.







지난달 어느날 보니

길바닥 중간의 제수변에 스프레이 푸른 글씨로

CI라는 글자가 있었다.


며칠 전 수도사업소에서 나왔다며

수도계량기 점검이 있었다.


뭔가 뜸이 돌긴 도나보다

생각하긴 했다.





오늘 샤워를 하면서 머리를 감는데 

비누가 확 풀렸다.


어제까지는 머리에 비누칠을 할 때면

수세미를 뭉쳐놓은 듯 머리카락이 덩어리가 졌는데

오늘따라 갑자기 매끌매끌해지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맞다!


마당에 가서

새 계량기 통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동안 잠자던 계량기 바늘이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그 흔하디 흔한 기념식에 군의원 축사 한마디 없이

우리 마을에 보령댐 상수도 시대가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