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산 중턱의 임도가 팔봉산 둘레길이다.
전신운동에 걷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다는 마누라를 따라서
보디 가드인 지, 운전기사인 지 모르는 신분으로
팔봉산 둘레길을 더러 간 적은 있지만 내 발로 나혼자 찾아간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팔봉산.
내일 모레가 오월이라 일찌감치 신록의 향내가
그대로 풋풋했다.
우리 밭에서 보지못한 나비를
팔봉산에서 보았다.
오른쪽 팔꿈치가 시큰거려 읍내 정형외과에 출입한 지
너댓 달이 넘어 가는데 시원하게 차도가 없다.
병원에 가면 의사하고 나 하고 실없이 때론 공방전이다.
왜 이리 안낫느냐고 볼멘 지청구룰 하면 열흘에 한번 오면서
따지긴 뭘 따지느냐고 단칼에 답신이 날아온다.
누군들 병원행이 내키랴 마지못해 가는 일이요
게다가 대침 주사가 갈수록 딱 싫은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숫자를 따라오는 속절없는 세월의 증세인지
귀촌농부의 어줍잖은 직업병인지 생각수록 애매하던 차에, 그저께
목욕탕에서 만난 '최 면장님'이 이런저런 얘기 끝에
경험에서 우러난 한 수를 가르쳐 주셨다.
온갖 병원 약국을 다 다녀봤는데 결국. 눈 딱 감고
하루 한 시간 걷는 처방 밖에 없더라고...
'최 면장님의 목욕탕 처방'대로
그래서 걷기로 했다.
오늘
열심히 걸었다.
내일 당장 어쩌나.
서울에서 손님들이 한 패
들이닥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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