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땅콩 까는 걸 갑자기 서두른 이유는
순전히 이웃 아주머니 때문이다.
어제 하루종일 아주머니는 열심히 땅콩을 심더니
거침없는 솜씨로 오늘은 허수아비를 세웠다.
하기야 설치 미술이 따로 있다더냐.
평생의 농사가 예술인 것을.
땅콩은 애당초 올해 내 영농 계획엔 없었다.
어깨너머로 서로 쳐다보면서 시골에 살다보면
따라서 장에 가는 일이 더러 있다.
자루에 들어있는 땅콩 한 됫박을 꺼내서 부지런히 깠다.
심심풀이로 까서 먹을 때는 몰랐는데 일을 삼고 까자니
성가시고 꽤나 시간이 걸린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번연하 알면서도...
속아줄 산비둘기야 있건 없건
내일은 우리 땅콩밭에도
허수아비가.
'귀촌하신다구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촌일기- 수박 심고, 참외 심고 (0) | 2015.05.09 |
---|---|
귀촌일기- 어린이 날의 대화 (0) | 2015.05.06 |
귀촌일기- 콩밭 매는 남정네 (0) | 2015.04.26 |
귀촌일기- 귀촌이란? 질문에... (0) | 2015.04.23 |
귀촌일기- 두릅 따는 날 (0) | 2015.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