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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남매나무'는 '납매'였다

 

 

 

 

 

 

 

 

3년 전, 2012년 6월 초였다.

 

 "남매나무, 들어보셨어요? 오늘 하나 드릴게요."

 얼마 전 몇 그루를 구했다며 화분 한 개를 내 차에 실어주었다.

 

 "그런 나무가 있습니까? 남매나무..."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꽃입니다. 가장 빠르다는 산수유보다도..." 

 

'남매나무' 한 그루가 우리집에 오게된 경위는 이렇다.

 

 

태안읍내에서 '화가의 정원'이라는 꽃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는 이완규 화백이 산수유보다 먼저 피는 '남매나무'라며 나에게 묘목 한 그루 주셨기에 마당 한쪽에 심어두었는데 작년부터 노란 꽃을 피우더니 올핸 더 많은 꽃봉오리를 맺었다. 왜 남매나무일 가 하는 궁금증이 없지는 않았으나 남매나무라는 이름이 듣기에 너무 다정스러워 굳이 재확인하는 절차는 생략했었다. 

 

 

 

 

 

 

지난 3년동안 나는 '남매나무'를 소재로 몇 번 블로그에 올렸다. 가장 최근에 올린 것이 며칠 전 2월10일이었다.

 

'귀촌일기- 바다가 얼었다, 남매나무의 꽃봉오리...'

 

그동안 불러왔던대로 별다른 생각없이 올린 글에 달아주신 해운대k 님의 댓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해운대k

 

늘 몰래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정말 제가 살고 싶은대로 살고 계시네요
부지런한 농부, 그림 그리는 농부, 얼굴 뽀얀 농부에
글까지 잘 쓰시는 오솔님! 부럽습니다~

저 꽃은, 잘은 모르지만 섣달에 피는 꽃~ 납매화인 것 같습니다.

 

남매나무가 아니라 납매화인 것 같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부랴부랴 여기저기 찾아보았더니 '납매는 납월에 피는 매화', '납월은 음력 섣달을 말한다'고 했다.  그대로 풀이를 하자면 음력12월에 피는 매화가 납매였다.

 

 

 

 

 

 

며칠 전에 우연히, 참으로 우연히 날이 지난 신문 기사 하나를 읽었다.

 

집안에 잠자던 고문헌, 뜻 풀어보니  퇴계 한시

 

지난 2월 5일자 동아일보 24면에 실린 기사였다.  살아생전에 워낙 매화를 사랑했던 퇴계 이황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납매에 관한 한시와 발문이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발견된 경위가 함께 실렸다.

 

'산 앞에 납매가 있는 줄 이제야 알았으니/

푸른 바위 곁에서 몇년을 살았을까./

시를 지어 보내주니 한 마음으로 감상해 기쁘지만/

온종일 그리움이 떠나지 않는구려.'

 

퇴계는 발문에서 '납매는 본래 매화과에 속한 꽃이 아닌데 매화와 같은 시기에 피고 향기가 비슷하며 벌집과 매우 닮았기 때문에 '납매'라고 한다'라고 썼다.

 

 

 

 

'남매나무'는 '납매'였다

 

곧 새해 정월이다.

납월(蠟月)이 가기 전에 남매나무를 '蠟梅'라 부르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섣달그믐의 까만 밤.

 

매화는 아닌 것이

매화보다 먼저 피는 꽃.

 

들리는 듯 보이는 듯

향기부터 드높다.

 

납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