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미련없이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는 그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
국무총리,국정원장,청와대 아니면
무슨 정치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집 밭뙤기
농사 이야기다.
보름 전,모종 시장에서 대파 모종을 산 게
발단이다.
"어이구,한 단 가지구 어디 붙일거유?"
내 속도 모르고 모종 아줌마의 자존심 긁는 한마디에
덜컥 두 단을 샀던 것이다.
누을 자리 보고 발 뻗는다고
우리 밭에는 지금 당장
대파 두단을 심을 곳이 없었다.
아직 덜 자란 시금치도 뽑아내고
쑥갓 자리도 일찌감치 대파에게 양보했다.
여기도 찔끔,저기도 찔끔
심어도 심어도 남아있는 대파모종.
먹다남은 개떡 만킁이라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런 걸 애물단지라 하던가.
오늘 단안을 내렸다.
복동 열무,배추를 확 뽑아냈다.
곧바로
잡초 걸러 흙을 고르고 거름을 갖다부었다.
삼복이 이리 더울가.
흐르는 땀에
물 한 모금 안마시고,
대파 심기를 단숨에 해치웠다.
"어이구,한 단 가지구 어디 붙일거유?"
그 한마디.
모종 아줌마 덪에서
보름만에 겨우 빠져나왔다.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열무를 다듬는다.
아,이 시원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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