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논 갈무리하는 트랙터 소리가 하루종일 코앞에서 들려온다.
뙤약볕에 돌아앉아 김매기하는 여인들의 손길도 바쁘다. 집 뒤로 경운기 소리가 이어진다.
하나같이 아낙들은 얼굴이 벌겋게 익었고 남정네들은 이미 새카맣게 탔다.
어쩌다 내 얼굴을 오늘 보니 많이 타긴 탔다.
열흘 전까지 이른 새벽에 고사리 꺾을 때 손이 시렸다. 달이 바뀌어 5월이 되자마자 윗도리 내던지고 반바지를 꺼내 입는다.
땀이 흐르는 얼굴을 흙 묻은 손을 비껴들며 소매자락으로 간신히 땀방울을 훔친다.
모종시장에서 사온 치커리, 적치커리, 케일, 바울레드, 적근대 등 쌈채소와 야콘, 오이, 가지, 토마토, 완두, 옥수수 모종을 며칠 째 심어가고 있다.
쪽파 빼낸 자리는 옥수수 차지다.
일정한 간격으로 멀칭비닐 사이에 모종을 넣고 복토를 한 다음 지지대를 세워 단끈으로 묶어준다. 시도 때도 없는 마파람에 연약한 모종이 잘려나가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일 막을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이니 않할 수가 없다.
오다 가다 마늘밭의 잡초도 뽑는다. 한창 커가는 하우스 안의 상치가 저만치 보인다. 시들기 전에 물을 주어야한다.
하는 일에 순서가 있으나 일 사이에 새치기로 끼어드는 일이 더 많다고 조급해 하거나 힘들어 할 필요도 없다.
농촌의 일상이란 으례 그런 것이다. 모두 언젠가는 해야하는 일이다.
아랫밭 끄트머리에 오가피나무. 샛파란 잎이 탐스럽다. 시골에서 채소란 따로 있지않다. 슬쩍 몇 잎을 딴다.
풋마늘, 파김치에 오가피 보쌈이다. 맛깔스런 오가피 잎으로 격려용 특식 새참이다.
오늘도 해가 뜬다.
촌으로 왜 왔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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