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기기로는 봄 비를 당할 수 없다.
어제 오후 잠시 주춤하더니 밤새 다시 시작이다.
비가 예사롭지 않다.
토란을 놓으러 멀칭을 해둔 자리에 마침 비가 온다.
이런 날에는 어차피 밭일일랑 틀렸다.
비닐하우스에서 할 일이 따로 있다.
상토를 담은 포트에 모종 하는 일이다.
하우스는 이미 빗소리로 충만하다.
지붕을 요란하게 때린다.
사이키델릭 하드비트, 난타의 비나리 장단이 이럴가.
구멍이 날 지도 모르겠다.
불협화음 속의 화음.
육신을 오히려 조용히 정화시키는 꿈결같은 소리다.
오늘 나는
그 빗소리를 들으며
옥수수씨, 박씨, 호박씨 모종을 부었다.
며칠 전 씨앗을 뿌린 상치는 벌써 새싹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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