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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태공, 송 시선을 생각함

 

 

 

두텁게 얼었던 도내수로가 슬슬 녹고있다.  자연의 흐름은 어쩔 수 없어 봄은 논길을 따라 팔봉산 언덕배기로 나아가고 있다.  강태공들의 짧은 그림자에 얼음구멍치기의 미련이 역력하다. 

저무는 한해의 아쉬움인가.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강태공이 발걸음이 더디다.

 

 

 

 

 

 

 

 

 

 

 

80년대 초 회사에는 바둑회,산악회,낚시회 등 이런저런 인포멀그룹이 있었다. 회사가 경비를 지원하는 동호인 모임은 인기가 있어 2중,3중으로 가입을 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는 시절이 아니어서 회사가 빌린 대형버스에 가족들도 함께 싣고 산으로 강으로 하루의 행락을 즐겼다.

 

낚시회장에 송병남 부장이 있었다.  시조회 납회는 물론이거니와 매달 나가는 출조에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완전무결 모범 회원이었다.  그러나 낚싯대라곤 단 한 대도 갖고있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그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붕어를 걷어올리는 광경을 본 적이 없다.

 

낚시터에 버스가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좋은 포인트를 찾기 위해 한발이라도 앞서 뛰어내려 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게 낚싯꾼들의 심리다. 낚싯대가 없는 송 회장은 느긋했다.

 

 

낚시에 열중하고 있는 회원들을 일일이 순방하는 것이 7,8시간 동안 송 회장이 하는 일이었다. 회장의 손에는 소주병과 안주가 들려져있었다. 회원들이 수로의 붕어를 잡을 때 그는 소줏병에 그려진 두꺼비를 열심히 잡았다.

 

회원들은 그를 송시선(宋詩仙)이라 불렀다.  5년 여 동안 만장일치로 재추대되어 최장수 회장의 기록을 남겼다.  소통부재가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금  우리 시대의 진정한 강태공 송 시선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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