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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秋)

귀촌의 일상-김장배추와 잡초

 

 

 

 

 

 

 

 

 

농작물이 잡초처럼 꿋꿋하고 튼실하게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가. 낭만적인 넋두리다. 한번 때를 놓치면 이름 모르는 풀들이 제멋대로 어우러져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올해는 더욱 그렇다. 게으름도 없진 않았지만 유난히 긴 장마에 이어 시도 때도 없이 내린 비까지 더해 두 달 넘어 두 손을 놓고 있었다.

 

이젠 김장 준비다. 백로와 추분이 낀 이 때야말로 마치면 시작이라는 농가월령가의 표현대로 농촌은 쉴틈이 없다. 나도 지난 열흘 동안 바빴다. 김장에 들어가는 기본 채소는 심고 뿌리고 이제 대충 끝냈다. 그러나 봄부터 여름내내 고추, 토마토, 옥수수, 오이, 마디 호박이 차지했던 자리를 가을 작물을 위해 방을 빼는 과정은 꽤 험난했다. 비닐 멀칭을 아랑곳하지않고 잡초가 끼어들었고 주위는 온통 잡초덤불로 변해 있었다. 줄기가 억센 잡초일수록 뿌리가 더 억세다. 언제 들어온 지도 모르는 수입종이라 덩치들이 크다. 

윗대가 말라버린 작물과 철제 지지대를 먼저 뽑아낸 다음 잡초를 낫으로 정리하고 멀칭 검정비닐을 둘둘 말아서 걷었다. 고랑이 있어 예취기도 소용이 없다. 게다가 중간에 매실나무가 있다. 작년까지는 그 사이로 트랙터가 비집고 들어가 땅을 일궈 힘을 덜었으나 올핸 나무가 자라 이제는 도리없이 손과 발로 떼울 수 밖에 없다. 삽으로 땅을 파서 몇 번 뒤집기를 한 다음 거름자리에서 거름을 날라다 붓고 자리를 골랐다.

 

순서대로 무씨를 뿌리고, 쪽파도 심고, 배추 모종을 읍내 모종시장에서 사와서 심었다. 갓도 있어야 한다길래 부랴부랴 청갓 씨앗을 구해 뿌렸다. 김장 배추는 160 포기 쯤이다. 토광 무는 마침 버갯속 영감댁에서 도내나루터 내려가는 길가에 있는 밭 두 이랑을 내주기에 씨를 뿌렸더니 사흘 만에 싹이 올라온다. 잘 갈무리 하면 무 백 여 통은 충분하다.

무,청갓,쪽파는 뿌리고 심은 다음 그대로 둬도 되나 배추는 따가운 가을햇살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틈틈이 물을 줘야한다. 내친김에 하우스 안에 남은 배추를 심고 청치마상치 씨를 뿌렸다. 부추가 있는 서재 옆 텃밭도 놀려두기가 아까워 적치마상치 씨를 뿌리고 부추에는 퇴비를 듬뿍 얹어주었다.

 

뒤늦게 찾아온 한여름 날씨가 농심에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뙤약볕이 밭일엔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이른 새벽과 아침나절에 잠깐, 그리고 해질 무렵에 움직일 수 밖에 없어 하던 일을 자르고 쪼개서 해야한다. 적신 땀으로 하루에 세번 등물을 해야했다.

옛날에는 잡초를 모두 두엄으로 활용했으나 요즘은 꼴로 사료로 쓰거나 거름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잡초를 걷어 곁에 있는 매실나무 주위에 깔아두었다.  내년에는 그 두께로 말미암아 잡초로 잡초를 제어하는 멀칭 효과를 내지않을 가 생각한다.  오래되면 어차피 거름도 될 것이다.

김장배추는 크는 듯 안크는 듯 하면서 며칠 사이에 많이 자랐다. 오늘 아침에 보니 쪽파도 무거운 흙덩이를 위로 들어올리며 파란 싹이 힘차게 내밀었다.  오늘 잠시 지금 막 돋아나는 밭작물에 천금같은 단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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