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마당에서 널어둔 감태가 보이면 한해의 끝자락이다. 영하의 칼바람에도 물때에
맞춰 바닷길을 왔다갔다 아주머니의 발길이 분주하다.
"늦었씨유."
다른 집에 비해 늦게 시작했다는 뜻이다. 일 욕심은 동네에서 알아준다. 내년 음력설까진
해야할 일이니 시간은 아직 창창하다.
집 뒤 구도항 쪽으로 보이는 개펄의 갯골 언저리는 그야말로 온통 감태밭이다. 본래의
초록색이 멀리서 보면 시퍼렇게 드러난다. 물이 썰 때 갯펄에 들어가 걷어와서 평생동안
손에 익은 과정대로 건사한다. 뻘을 씻어내고 두어 줌 씩 건져서 플라스틱 발 위에 틀을
얹어 풀어헤쳐 서서히 편다. 발을 양지바른 곳에 세워두고 한나절 말린다.
"오늘 이백 장 쯤 했는감. 추워서 그만 할까봐유."
농한기의 짭짤한 일거리다. 도내 마을은 일년내내 쉴 날이 없다.
감태는 한겨울에 이곳에 만 나는 특산물이다. 가공 과정도 김과 비슷하다. 바다에서 금방
건져온 완전 자연산이다. 감태는 깨끗한 곳에만 자란다.